하나된 세상 하느님 나라
<하나된 세상 하느님 나라>, 이효삼·송병구 지음, 신앙과지성사, 1991
1. 이런 때도 있었나? 이 책 앞날개에 수록된 이효삼 송병구 두 저자의 모습이 정말 소년 같다. 삼촌 옷을 빌려 입은 듯한 이효삼 목사의 넥타이 맨 모습만 이제 막 순사가 된 경찰 같고, 송 목사는 대학원생 같은 앳된 얼굴인데 이제 다 환갑을 넘겼으니 참 오래된 책이긴 하다. “이효삼은 57년 서울 출생으로 성균관대 영문과와 감리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가평 산유리교회 담임목사이다, 송병구는 61년 영월 출생으로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김포 문수산성교회 담임목사이다,” 이렇게 쓰여진 소개 글을 나는 몇 번이고 읽었다. 30년이 훌쩍 넘은 시절과 시간을 생각하면서 두 사람 다 첫 교회 임지를 맡자마자 이효삼은 한옥 예배당을, 송병구는 천장화 그림이 인상적인 농촌공동체교회를 건축했다. 그 어린 나이에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을 해낸 것이다. 그런 문제아 두 젊은 목사님을 내가 불러냈다. 이 책을 신앙과지성사의 첫 책으로 발행하려는 깊은 뜻을 품고 두 아우님들을 북한산계곡에 백숙을 파는 집으로 안내했다. 나 역시 30대 중반이니 당시 주머니 사정으론 백숙을 배 불리 먹기는 어지간한 깡이 필요할 때였다. 우리 셋은 청순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벗 삼아 책에 대한 기획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진지하고도 열정 넘치는 마음으로 나눈 이야기들은 어둠이 짙었을 때 막이 내렸다. 그렇게 북한산계곡 백숙 잔치 덕분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신앙과지성사의 제1호 단행본이라는 감개무량한 책이 되었다. 2. 그런데 그중에서 감청이 문서정리와 출판 사역에 공로를 세웠다. 내가 편집장을 했던 〈감청회보〉는 일간신문 크기의 격월간 발행으로 기독 청년뿐만 아니라 일반 운동권에서도 갖추지 못한 모양새를 신문으로 폼나게 발행했다. (약간 옆으로 나가는 이야기지만) 그랬더니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우리 감리교 인천산선에서 실무자로 일한바 있는 김근태 의원이 나를 만나자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갔더니 왈 “병천아, 네가 왜 이렇게 훌륭한 재주를 가지고 좁은 감리교에서 버덩이냐? 네가 이 솜씨를 더 넓게 한번 발휘해 봐라!” 하시는 것이 아닌가? 사실 자랑이 아니라 당시 감청의 출판 사역 감각은 다른 운동권의 추종을 불허했다. <청년과 성서 이해>가 바로 그를 입증한다. 감청이 교단 이름을 빌려 발행했던 <청년과 성서 이해>는 수만 부가 나갔다. 성서 전체에 대한 개괄적인 안목을 여는 데 초점을 둔 청년을 위한 청년이 쓴 성서연구인 이 책은 원고료 한 푼 받지 않고서도 며칠 밤을 새워 토론하며 만들었다. 정말 역작이고 멋있다. 돌아가신 김찬국 선생님이 감수하시며 극찬했고 장기천 감독님도 참 기뻐하셨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떠드는 이유가 있다. 이런 경험을 곧바로 살려서 출판된 것이 이 책 <하나된 세상 하느님 나라>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3. 책을 펼치다가 이 책 첫째 마당에 있는 사귐의 노래 ‘직녀에게’를 보고 마음속으로 따라 불렀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체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이 노래를 얼마나 많은 분이 부르며 눈물 흘렸을까? 책은 누렇게 발하고 겨우 3천 원이라는 책값이 세월을 말해 주건만, 여기 수록된 내용은 지금도 필요한 분단 현실을 조명함이 가슴 아프다. 이 민족에게 분단은 최대의 불행이다. 작은 출판사를 문 열고 책을 낼 여력도 없었는데 주머니 털어 백숙을 먹었던 그 날의 희망이 오늘 신앙과지성사를 통하여 값진 희망의 씨앗을 뿌리게 하심을 감사한다. 이효삼·송병구 첫 책의 저자들과 다시금 북한산계곡에서 백숙을 먹고 싶다.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이효삼 목사는 지금 열심히 멕시코 사막지대에서 빈민선교에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그의 건투를 빈다. 송병구 목사는 한국 최고의 십자가 전문 연구가로 명성을 떨치며 유익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이 책이 다시금 재판 발행되는 날, 이효삼도 달려와 함께 셋이서 ‘직녀에게’를 또다시 부를 날은 허락될 것인지…. 최병천 장로(신앙과지성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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