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목회와 신학적 성찰/찰스 M. 우드, 엘렌 블루 지음, 김흥규 옮김//신앙과 지성사“
신학은 주의를 기울이는 하나의 방식이다. 신학은 하나님께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이며 ‘하나님과 관계된’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이다.”
이 책에 나온 신학에 대한 정의다.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주의를 잘 기울이기 위해서는 관심과 열망, 기술, 지혜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신학은 신학교라는 상아탑에만 한정된 학문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된다. 하나님 뿐 아니라 하나님과 관계된 세상만사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신학이라고 한다면 신학은 신학교의 문을 뚫고 교회와 나, 이웃, 세상의 모든 일에 그 영향이 미쳐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신학은 목회는 물론 세상과도 분리되어 있다. 특히 한국 교회에서 ‘신학 따로, 목회 따로’의 현상은 심각하다. 선배 목사들은 후배들에게 공공연히 “신학교에서 배운 대로 하면 절대로 목회 못해!”라고 말한다. 현장 목회자 대부분이 오랜 기간 동안 신학을 했지만 목회 현장에서 신학은 사라진다. 현실이다.
저자인 찰스 M. 우드와 엘렌 블루는 신학이 목회 사역에 두루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신념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책은 목회자 뿐 아니라 일반 성도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신학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게 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저자들은 우리의 모든 삶의 현상들에 대해서 신학적 성찰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일반 성도들에게도 유익하지만 특히 목회자나 신학생들에게 필요한 금쪽같은 내용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공동 저자들은 목회 인격과 목회 실천이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각각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목회자의 존재(Being)와 목회자의 행위(Doing)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말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논점이다. 이들에 따르면 목회자의 존재, 즉 목회자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기독교인가 하는 정체성의 문제가 목회를 하는 것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역으로 목회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살아내는 작업은 목회를 실천하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 목회자가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하고 능률적으로 목회를 하기 위해서는 목회상황을 신학적으로 읽을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다. 신학적 성찰이야말로 목회자의 존재와 인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결코 신학은 목회와 분리될 수 없다.
저자들은 교리의 선포 뿐 아니라 목회의 일상 업무 역시 신학적 업무라고 말한다. 행정회의나 이사회, 모금운동, 식품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교인과 나누는 수많은 일상의 대화 가운데서도 신학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야말로 일상이 신학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신학교육을 받은 목회자라면 어느 불특정 교인들과 어떤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라고 할지라도 그 대화 속에 숨겨져 있는 문제들을 신학적으로 변별하여 성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록 교인들의 질문 가운데 어떤 신학적인 암시도 들어 있지 않더라도 목회자들은 그 질문 속에 들어 있는 신학적 관점들을 ‘속기를 하듯’ 재빨리 알아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목회자는 모두 ‘숙련된 신학자’, 혹은 ‘좋은 신학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신학교육을 받은 많은 학생들에게는 숙련된 신학자로서 매 일상 순간을 자신의 신학적 기량을 발휘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지적이다.
모든 것들을 신학적으로 제대로 성찰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안목인 통시력(統視力·vision)과 미시적 능력인 변별력(辨別力·discernment)이 있어야 한다. 전체와 부분을 다 헤아려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지도자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다.
목사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성도들이 말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가령 중풍 맞은 남편 옆에서 아내가 “왜 어떤 사람에게는 기적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에게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라고 물었을 때에 목회자는 통시력과 변별력을 통한 신학적 성찰로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또한 그 대답의 과정은 신속해야 한다. 그래서 목회자는 탁월성을 갖춘 전문적 일상신학자가 되어야 한다. 신학생들은 특히 이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새로 입학한 신학생이 나중에 유능한 목회자로 변모할 수 있는 최고로 중요한 단계는 학교에서 배운 학문을 학생 자신의 과거 경험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목회 사역의 경험과도 접목시키는데 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목회 현장에서 도출된 19개의 사례연구다. 북미권에 어울릴 가상적인 내용들이지만 우리의 목회 현장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숙독할 필요가 있다. 모든 목회자들마다 목회를 하다보면 19개가 아니라 수백, 수천가지의 연구할만한 사례가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 사례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말한다.
“교인들은 ‘누군가’가 대부분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하나님에 관한 것들과 건전한 신학교육이 굳게 지지해주는 것들에 대해서 내내 사색해주길 바랍니다.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행위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와 우리 자신을 비롯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모든 피조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성찰하는 것을 도와주고 복음이 가르치는 대로 살 수 있게 해주며, 목회 사역에 뛰어들도록 힘을 북돋워주고, 이웃 사람들에게 창조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신학자’가 필요합니다.”
번역이 참 잘됐다. 맨 뒤 역자의 글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역자인 인천내리교회 담임 김흥규 목사는 미국 남감리교대학교(SMU)에서 저자 중 한 명인 찰스 우드 박사 밑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김 목사는 “교회가 부흥하고 목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학교에서 배운 신학 따위는 하루속히 잊어버려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이 자취를 감추고 신학적 성찰이 뒷받침 된 건전한 목회가 자리 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6002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