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작은 마을’… ‘베다니에서 생긴 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작은 마을’… ‘베다니에서 생긴 일’ 베다니에서 생긴 일 / 곽주환 지음 / 신앙과 지성사예수의 행적과 관련한 중요한 지명들을 대라면 대개 그분의 출생지인 베들레헴을 비롯해 나사렛, 예루살렘 등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공생애 주 사역지인 갈릴리 지역의 벳새다, 가나, 가버나움 등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분의 행적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곳이 베다니다. 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3㎞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인 이곳은 예수께서 행하신 많은 일과 사연들을 품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그분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신 메시지가 총체적으로 농축돼 있다. 생명, 위로, 소망, 헌신, 축복, 최후승리 등이다. 책은 예수의 베다니 행적을 세밀하게 추적해가고 있다. 그분의 발걸음은 물론이고 그분의 말씀이나 표정, 호흡까지도 살펴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분의 심적·영적 상황까지도 점검하고 있다. 그러면서 베다니에서 생긴 일을 통해 오늘날 우리를 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진중하고 절묘한, 그러면서 통렬한 메시지다. 그래서 책에는 ‘곽주환 목사 신앙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책은 6개 파트로 나눠 각각의 일화와 그에 따른 주제를 매치시켰다. 먼저 예수께서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이야기에서 그분이 주시고자 하는 ‘생명’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슬픔 당한 나사로 가족과 함께 슬퍼하시면서 우리에게 ‘위로’를 주고자 하는 그분의 마음을 설명한다. 나사로와 그 가정이 예수 앞에서 “그러나 이제라도”로 상징되는 ‘소망’을 고백하게 된다. 이어서 마리아가 옥합을 깨뜨린 일에서 ‘헌신’의 가치를 알린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이 베다니에서 손을 들어 ‘축복’하는 장면을 통해 우리에게 복 주고자 하심을 알린다. 마지막으로 예수가 부활 승천하신 현장인 베다니를 통해 ‘최후승리’ 즉 진정한 승리의 의미를 설명한다. 역시 베다니에서 생긴 일 중에서 가장 큰 사건은 예수께서 무덤의 나사로를 살리신 일이다. 죽음에서 생명의 역사를 일으킨 것이다. 무덤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는 하나님의 위대한 자궁임을 보여준 것이다. 그분 자신도 무덤에서 부활하셨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죄로 인해 죽어야 다시 산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베다니에서 일어난 좋은 일은 누가 뭐래도 예수가 행한 축복이다. “예수께서 그들을 데리고 베다니 앞까지 나가사 손을 들어 그들에게 축복하시더니”(눅 24:50)에서 나타나듯 베다니는 복 받은 동네였다. 그러면 그분이 빌어준 복은 무엇인가. 오래 살고, 돈 많이 벌고, 명예 얻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임한 복, 예수께서 산상수훈에서 설파하신 여덟 가지 복을 말한다. 바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통로가 되어 다른 곳으로 흐르는 복이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도 그 복을 주시고자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복음서에 나타난 베다니에서 생긴 일과 사연들은 당시뿐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큰 의미를 지님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가 예수를 환대하고 친절하게 모신 곳이라는 사실이 주목된다. 예수께서 태어난 곳이지만 환영받지 못했던 베들레헴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서울 구로동 베다니교회 담임목사인 저자는 베들레헴과 같은 이 시대에 베다니의 마음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엮었다고 밝혔다. 책에선 저자의 깊은 성찰과 명쾌한 문장이 느껴진다. 그의 한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교회마다 베다니와 같은 마음이 회복되면 좋겠습니다. 예수께서 편히 쉬실 수 있는 베다니, 예수의 마음이 머무시는 베다니와 같은 곳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