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독교] “삶은 죽음을 통해 성장하고 슬픔은 표현함으로 치유된다
“삶은 죽음을 통해 성장하고 슬픔은 표현함으로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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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안에 머물면 아버지가 벌떡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러나 대학 1학년 때 아버지를 상실하는 경험을 해야 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을 도우며 살고 싶었다. 부목사로 사역하던 서른셋 나이에 각당복지재단 김옥라 명예이사장을 만나 죽음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9년 동안 시카고신학대학원과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에서 영성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으며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다. 2015년 귀국한 저자는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의 회장으로 모교인 감신대와 연세대에서 상담학을 가르치고 각당복지재단에서 애도상담 전문가 양성 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아버지의 상실로 시작된 죽음에의 관심 서른이 넘도록 부목사로 사역하면서 막막했다.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었고, 누구하나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간구했다. 새벽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 새벽, 하나님은 오히려 질문하셨다. “네가 신학대학에 갈 때 결심한 것이 무엇이냐?”고. 순간 바닥에 꿇어 앉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마음에 품었던 바가 있었다. 아버지처럼 병들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 윤득형 박사는 잊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기억하고 계셨다. 죽음준비교육 지도자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60대였다. 서른 셋 젊은이가 참석해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던지자 김옥라 장로는 답을 듣고자 한다면 각당복지재단 사무실로 찾아오라는 말을 남겼다. 김옥라 장로는 윤득형 목사가 가진 질문과 해답을 찾고자하는 열정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새로운 비전을 심어주었다. 각당복지재단에서 파트타임으로 2년 동안 일했다. 청소년죽음준비교육연구실장이라는 직책이었다. 장학금을 받아 일본 호스피스 시설을 견학하고, 미국 ADEC컨퍼런스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옥라 장로는 “실무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으니 젊었을 때 공부를 하라.”고 권면했다. 죽음학에 대한 발전적 연구와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미국을 유학처로 정했다. 죽음 연구로 일생을 마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죽음 세미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동기를 제공한 네 명의 학생이 다녔던 학교, 시카고신학대학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MA과정을 마친 윤 박사는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목회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 년 동안 네 번의 병원 임상목회교육을 통해 미국 병원에서 ‘채플린Chaplain 사역’을 하면서, 지금은 은퇴하신 윌리엄 클레멘트 교수님을 통해 슬픔치유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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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받아들여야 애도가 시작된다 윤득형 박사는 미국과 한국에는 분명한 문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미덕인 한국 문화에서 한국인은 더 큰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 “알렌 박사는 슬픔과 분노, 좌절 상담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영성과 다양한 학문을 연관지어 연구했습니다. 책 뒤편 챕터에 가면 기도가 어떻게 상실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가. 예배가, 성경말씀이 어떻게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요. 기독교인들에게도 슬픔 당하신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다양한 전략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학문적으로 봤을 때는 지금까지의 이론들, 애도에 관련된 이론들의 종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상실을 겪고 상실을 겪는 과정들을 어떻게 지나가야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가를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윤득형 박사는 저자가 말하는 애도의 5가지 특성에 주목한다. 상실을 받아들이기, 감내하기, 적응하기, 재배치하기, 머물기가 좋은 애도를 위한 다섯 단계이다. 기존의 학자들이 말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이다. 예전의 심리학자들은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말해왔다. 잊는 것이 회복을 돕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1996년 발표된 새로운 학설을 지지한다.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 빈 자리를 만들어서 언제든 고인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기억하되 그 생각이 나를 압도하지 않도록 마음 곁에 두라는 것이다. 그 감정을 내 마음 속에 재배치하고 공간에 재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공간적인 재배치에 교회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윤 박사의 생각이다. 교회에서 메모리얼룸을 만들고 성도들의 상실에 공감하며 추모를 돕는 것이다. ‘천국환송예배’라는 이름으로 가족이 천국 가게 됐으니 기뻐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경황이 없어 눈물도 나지 않는 성도에게 ‘마음껏 울라’고 강요하는 것도 애도의 과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회에서는 보통 장례식에만 너무 신경을 써요. 장례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이후 돌봄이 없습니다. 저는 장례 이후 돌봄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권면하고 싶습니다. 그 돌봄의 첫 번째가 1주기입니다. 보통 가정에서 공간적 분리를 하기는 힘들어요. 교회가 대표해서 메모리얼룸을 만들고 추모 예배를 교회 차원에서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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