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의 친구, 조지 오글
한국 민주주의의 친구, 조지 오글
<기다림은 언제까지 오, 주여!> 조지 오글 추모 1주년, 신앙과지성사, 2021 한국을 위해 태어나신 분이라서일까? 오명걸 목사님이 소천하시자 여러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가 쓴 이 책 <기다림은 언제까지 오 주여!>란 책을 구했으면 한다고. 목사님의 건강이 쇠약해져 간다는 소식을 듣고 한 권밖에 없는 이 책을 여러 번 만지작거렸는데 추모 1주기를 맞고서야 이 책을 다시 펴낸다. 도로시 사모님의 편지에서 보듯이 오글 목사님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이 책을 읽어 달라고 하시며 그때마다 매우 흡족해하셨다고 한다. 자신이 쓴 책 중에 가장 사랑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말씀하셨다니 더욱 발행인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2003년 5월이니 벌써 참 오래전 일이다. 당시 애틀랜타 한인교회를 맡아 젊은 목회를 시작한 ‘믿음의 벗’ 김정호 목사님이 전화를 했다. 6월 말경 미국에서 통일 집회를 하는데, 그때 오글 목사님의 은퇴 기념으로 출판 축하예배를 가질 것이니 급히 책을 만들어 들고 오라는 것이다. 아뿔싸, 시간도 없는 데다 거기에다 오글 목사님의 수제자(?) 조화순 목사님을 모시고 오라고 부연했다. 큰 고민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이 많은 책 1,000부를 어떻게 가지고 갈까? 궁리 끝에 기독학생회 총무를 지내신 정상복 목사님과 조 목사님과 나, 세 사람이 애틀랜타 코이노니아 팜으로 떠났다. 그렇게 급하게 탄생한 책이라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오글 목사님은 이 책을 굉장히 반갑게 맞아 주셨다. 이 모임 첫날 밤, 참가자 모두에게 이 책은 조국의 평화와 통일의 희망찬 밤이 되도록 만들었다.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오글 목사님은 소천하시면서 이 책을 한국 땅에 통일의 씨앗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뿌려지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 책의 틀을 고민하고 몰두하는 시간에 만나게 된 이철 감독회장님께 추모를 겸한 재출간을 말씀드렸더니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늘 카톡으로 나의 출판 사역을 염려해준 연합감리교회 정희수 감독님께서도 기뻐하시며 추모사를 쓰시고 여러 일들을 해주셨다. 발 빠른 송병구 목사님에게 오글 목사님이 걸어온 길을 화보 형식으로 엮어 달라고 했더니 너무 정성껏 작성해 왔다. 그리고 인천산선의 총무 김도진 목사님이 추천한 최영희 의원님과도 많은 묵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옥고가 탄생했다. 최 의원님은 오글 목사님의 지도를 받았던 인천산선의 실무자 출신이라서 그 원고가 더욱 뜻깊다. 자연스럽게 오글 목사님과 관련이 있는 네 단체가 공동기획으로 참여한 모양이 갖춰져서 제1부 추모의 장을 뜻깊게 장식한다. 특별히 목사님의 빈자리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편지를 써 주신 도로시 사모님께 머리를 숙여 깊이 감사드리며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기도한다. 여러 번 오간 편지에서 중간 역할을 충실히 해준 케티 오글에게도 감사드린다. 건강이 매우 안 좋으신데도 간행사를 협력해 주신 조화순 목사님도 잊을 수 없다. 오글 목사님을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분이라고 믿고 사셨는데. 허전한 마음 잘 가누시며 건강하게 지내시길 빌 뿐이다. 한국 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다룬 오글 목사님의 글을 제2부로 오롯이 실으면서 다소 아쉬운 표현과 사건 기술 등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었으나 그냥 두었다. 오글 목사님의 체취를 올곧게 담기 위한 것이고, 또 미국인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쓸 수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다만 부제를 달아서 무슨 사건을 쓰려고 했는지 좀 더 명확한 소통이 되도록 연결 작업을 하였다. 한국 사람들도 쓰기 어려운 글을 역사적 안목과 여러 사건의 특성과 시대 정신을 종합하여 소설 형식으로 생동감 있게 글을 쓰신 목사님의 노력이 정말로 감탄스럽다. 특히 선교사들이 취했던 애매한 정치적 입장과 현실 도피적인 태도 때문에 선교사를 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목사님이 보여주신 예언자적인 용기는 한국 사회를 깨우쳤고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음은 부정할 길이 없다. 역사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길로만 순항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는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선각자가 되신 오글 목사님을 추모하는 책을 펴낼 수 있음이 영광이다. 오글 목사님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한국 민중들의 싸움이 한국을 넘어 세계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규정하면서, 이렇게 고귀한 역사를 어느 특정 개개인이 존중받고 기억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 깊은 신앙으로 분연히 일어섰던 민중들과 공동체가 영원히 존중받고 기억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으며,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하셨다. 그런데도 우리는 또 다른 역사의 질곡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느라 오글 목사님이 진지하게 던지신 질문에 대답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런 채로 목사님을 멀리 떠나시게 한 것이 너무나 아쉽고 죄스럽다. 책의 마무리 편집 점검을 하면서 우연히 기독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안재웅 이사장님과 카톡 편지를 주고받았다. 안 목사님께 “오늘 목사님 책을 마치는 중인데 왜 이리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오글 목사님뿐만 아니라 원고를 주신 여러분들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 책이 많은 분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보듬어 주기도 하면서 오래도록 목사님을 기억하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위해 애써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별히 책을 위해 여러 조언과 도움을 주신 정진우 목사님께 감사드린다. 돌아가시기 직전,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 때 한국 민주주의 발전공로로 국민훈장을 수여 받으신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정희수 감독님을 통해 2021년 7월 가까운 지인들이 모여 콜로라도에서 오글 목사님의 묘비를 세우고 묘소를 정비했다는 소식과 사진을 책에 담을 수 있어 더욱 고맙다. 돌이켜보니 오글 목사님을 한국에서 강제 추방시킨 것은 독재정권이 아니라 하나님이셨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최병천 장로(신앙과지성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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