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북한 돕는 이유? 편가름 없으니 겁낼 게 없지요 – 신한열 수사
떼제공동체 신한열 수사는 “떼제 수사들은 영적 지도자가 아니다. 방문객의 이야기를 끝없이 경청하고, 함께 마음의 샘터를 찾아가는 동반자”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8년째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오고 있는 프랑스 떼제공동체. 그곳에서 27년째 수도자로 살면서 북한 지원활동을 해온 신한열 수사를 27일 만났다. 한국 출신의 유일한 떼제공동체 일원인 그는 11월 5일 방북에 앞서 잠시 한국을 찾았다. 신 수사는 “이번엔 평양과 개성을 방문해 두유공장에 콩을 지원한다. 두유를 학교 학생들에게 매일 한 잔씩 배급하고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떼제공동체는 주로 의약품과 의료기기, 식량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달 5일 북한 가는 신한열 수사 떼제공동체는 수사들이 속세의 가족에게서 유산을 받으면 쌓아두지 않는다. 남을 돕는데 곧장 사용한다. 1997년이었다. 신 수사는 떼제공동체 설립자인 로제 수사와 함께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장 중이었다. 로제 수사가 “돈이 있는데 어디에 쓸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유산이 생긴 모양이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하며 극심한 식량난을 겪을 때였다. 신 수사가 “북한을 돕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되묻자, 로제 수사는 바로 그러자고 했다. 신 수사가 “떼제에 돌아가서 알아볼까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로제 수사는 “지금 당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비엔나에서 신 수사는 북한 대사관에 전화를 했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한 뒤 바로 찾아갔다. 그리고 옥수수를 사서 보냈다.” 신 수사는 “예수님은 ‘어린이로 남아라’가 아니라 ‘어린이처럼 되라’고 했다. 어린이처럼 되면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우리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신학의 이름으로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말 끝에 그는 ‘나와 다름’에 대해서 깊이 묵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는 정치적으로, 지역적으로, 역사적으로 내 편과 네 편으로 쪼개져 있고,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그런 쪼개짐이 더 강화됐다고 했다. “우리는 내 편에게선 아름다움을 발견하지만, 네 편에게선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다름의 문화, 다름의 역사가 나를 힘들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다름이 내 것을 얼마나 풍부하게 해주는지 봐야 한다. 오히려 그 다름으로 인해 나의 고유한 것이 드러나지 않나. 그걸 알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좌파와 우파. 나와 다른 상대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북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다.” 신 수사는 떼제공동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비화를 소개했다. 2005년 떼제공동체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이다. 3000여 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떼제 수사들이 교회에서 저녁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정신착란증이 있는 한 여인이 맨 뒷자리에 앉은 로제 수사의 목을 흉기로 찔렀다. 로제 수사는 즉사했다. 잠깐 소동이 있었지만 로제 수사를 옮긴 뒤에도 저녁 기도는 계속됐다. 남은 수사들은 “주여, 저 여인을 용서해 주소서.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파리에서 승용차로 4시간 걸리는 작은 마을의 떼제공동체를 매년 지구촌 곳곳의 젊은이 20만 명이 찾는다. 그중 절반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년씩 떼제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도하고 묵상한다. 그들 중 다시 3분의1 이상이 다시 떼제를 찾아온다고 한다. 신 수사는 1988년 석 달만 머물려고 떼제를 찾았다. 그 길로 수사가 돼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떼제공동체에서 처음으로 내면의 기도를 발견했다고 한다. ◆떼제공동체=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에 로제 수사가 설립한 초교파 수도공동체. 가톨릭과 동방정교회, 개신교 등 여러 교파가 함께 생활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유대인을 숨겨주고, 전쟁 후에는 독일군 포로들을 돌보았다. 테레사 수녀도 수차례 떼제공동체를 방문했다. 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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