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송병구 목사가 쉽게 쓴 십자가 이야기'(신앙과지성사)를 펴낸 송 목사는 20년간 전 세계 십자가 2000여점을 수집한 십자가 전문가이자 연구자다. ‘십자가, 168개 상징 찾아가기’ ‘십자가 사랑’ ‘십자가 순례’ 등 십자가 관련 저서만 이번이 다섯 번째다.
송 목사가 본격적으로 십자가 수집에 나선 것은 1995년 독일 한인교회 담임으로 가면서부터다. 유럽은 천주교, 개신교뿐 아니라 정교회, 콥트교 등 십자가의 보고였다. 각 종파의 DNA를 간직한 십자가는 그리스도교 문명 공부에 훌륭한 참고서였다. 유럽 생활 7년 동안 골동상, 벼룩시장에서 십자가만 보이면 주머니를 털었다. 때론 현금이 모자라 아쉽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2002년 귀국 후에도 수집은 계속됐다. 소문이 나자 지인들은 여행 중에 색다른 십자가를 발견하면 구해와 그에게 선물했다. 2005년엔 1000여점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양이 쌓이면 질을 바꿔놓는다 했던가. 볼트·너트를 용접해 작은 사람이 매달려 올라가는 철조망 십자가, 양팔 없는 예수님을 표현한 십자가, 콜롬비아 농부들이 농사짓는 자신들의 일상을 그려 넣은 소형 십자가…. 그가 수집한 십자가들은 저 높은 교회 지붕 꼭대기에 얹힌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곳의 현실 스토리를 담고 있었고, 묵상거리를 던졌다. 로마제국의 형틀에서 비롯됐지만 십자가는 고통만을 상징하지 않는다. 동시에 예수님 죽음과 부활이라는 평화와 희망, 적십자와 앰뷸런스 십자가처럼 절체절명의 순간 찾게 되는 구원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책에는 그의 20년 십자가 사랑과 수집 과정, 묵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십자가 정신의 재발견’이라고 표현했다. “십자가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당연히 생각들 합니다. 저는 ‘어, 십자가가 있었네!’ 하는 걸 새삼 느끼게 하고 싶어요. 부활하신 예수님은 스승을 잃고 불안해하는 제자들에게 ‘평안하냐’고 세 번 거듭 물으셨습니다. 십자가는 언제나 우리에게 평화, 샬롬을 잊은 건 아니냐고 묻고 있습니다. 십자가를 좀 의식하며 살자는 이야기지요.”
‘십자가 부자’이지만 목회는 항상 출석 교인 100명 이하의 ‘작은 목회’였다. 개척했던 문수산성교회 60여명, 5년 된 색동교회도 100명 안팎이다. 그는 늘 사택 혹은 전셋집에 살아왔다. 평생 자가(自家)를 가져본 적 없다. 2000여점 십자가는 여기저기 창고와 지하실 등에 나눠 보관하다 2009년 김포 고촌감리교회 크로스 갤러리가 생길 때 700여점을 맡겨 상설 전시하고 있다. 올해는 부활절을 맞아 별도로 400여점을 주제별로 정리해 5일까지 인천 학익교회에서 전시되고 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03/20150403000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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