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타임즈] 서평 – 경계선(이영빈, 김순환 지음 / 신앙과 지성사)
서평 – 경계선(이영빈, 김순환 지음 / 신앙과 지성사) “자유와 연대의 경계선 상에서” |
모든 글은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비롯된다. 시인과 소설가들이 습작을 시작할 때도 자신의 깊은 체험이 담긴 글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경험적 성찰에서 나온 글만이 논리적 일관성과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신학의 원형이라 평가받는 어거스틴의 ‘고백록’도 결국 자서전적 글쓰기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여기 고향을 등지고 떠나 독일을 새로운 고향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노부부의 자서전이 ‘경계선’이란 제목으로 출판됐다. 통일운동의 이력으로 그동안 고국으로의 출입이 금지됐던 이영빈 목사, 김순환 선생이 그들이다. 이들은 신학자로서 목회자로서 통일운동가로서, 그리고 자식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지닌 평범한 부모로서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책에 진솔히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 그들은 평생의 삶이 ‘경계선’에서 살아온 날들이었다고 회고한다.
코스모폴리탄으로 살아온 그들이 역사의 한 가운데서 해석한 경계선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른 체제로 쪼개진 두 조국의 경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계, 동과 서의 문화적 경계로서, 결국 이 모든 경계의 도식은 자유와 연대의 경계로 귀결된다. 그에 의하면 성서에서 증거된 그리스도의 복음에서부터 종교개혁과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정통주의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복음은 바로 ‘연대의 신학’에서 시작한다.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과 인간의 연대, 공동체 안에서의 나와 타자의 연대! 연대의 복음이야말로 신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기에 바로 현대교회의 위기는 연대의 상실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둘째, 저자는 연대의 해석으로부터 자유 개념의 해석으로 돌아가 경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독일사회에서의 오랜 목회경험을 통해 저자는 서구사회가 안고 있는 자유의 오용에 주목한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를 민주주의 완성이라 해석한 서구의 이념과도 직결되는데, 저자는 연대의 복음에 의해 그 자유의 개념을 수정하고자 한다. 오도된 자유가 제1세계와 2세계의 분열을 낳고, 빈부의 분열을 낳고, 나와 타자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음을 독일의 목회활동을 통해 경험한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자유란 연대를 통해서만이 비로소 완전해 질 수 있는 개념이다. 성서가 증거한 죄로부터의 자유는 ‘자기’를 향한 자유에서 ‘타자’를 향한 자유로의 이행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자유의 방정식을 제시한다. ‘자유 = 구속에서부터(from) + 타자를 위해(for)’ 삶의 자리와 정치적 견해가 다른 독자라면 아마도 이 책을 통해 많은 긴장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차이로 인한 긴장을 극복하는 것이 성숙이라면, 교향악단의 합주곡 같은 하모니가 있는 사회, 바로 경계선 없는 사회를 꿈꾸는 저자의 삶에서 진정한 복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준협 기자 wind@kmctime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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