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주 감신대 교수가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며 신앙고백적 성찰을 담은 책을 펴냈다. 그는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보석 같은 이야기를 발굴해왔다. 국민일보DB
저자인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한국 감리교 역사 속에 감춰진 ‘보물’을 발굴하는 데 힘써온 역사학자다. 그는 아펜젤러보다 먼저 서울에 도착했으나 잊힌 선교사 윌리엄 스크랜턴을 재조명했고 항일독립운동의 거점이었던 중국 옌지 용정에서는 독립운동가이자 ‘인내의 목회자’였던 현석칠 목사를 되살려냈다.
이 책에선 교수이자 목회자인 저자가 보여주는 학문적 깊이와 신앙적 깨달음을 만날 수 있다. 역사 전공자인 그는 남의 얘기만 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어머니를 통해 전승된 신앙적 뿌리를 비롯해 교수 생활에서 경험한 깨달음과 영적 경험을 잔잔하게 풀어냈다. 요즘 교회에선 접할 수 없는 신기한 신앙 스토리도 풍성하다. 책의 뒷부분에는 회개와 종교개혁을 주제로 최근 고민을 담아냈다.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술술 읽힌다.
강렬한 책 제목은 저자의 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이었다. 아침을 먹기 전 가정예배를 인도하던 어머니는 갑자기 삼남매 앞에서 선언했다. “더 이상 내 힘으로 키울 수가 없구나. 기도하던 중 너희를 하나님께 바치기로 작정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는 내 자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식이다. 그런 줄 알아라.”
저자는 이 말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평했다. 어머니는 문자 그대로 자식들을 하나님께 맡겼고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더욱 힘껏 신앙으로 교육했다.
저자는 모친의 이 포기 선언 ‘덕분에’ 본격적으로 ‘하나님 자녀’의 길을 걷게 된다. 중학교 1학년 때 골수염으로 수술을 받게 됐을 때, ‘다리만 자르지 않게 해주시면 하나님의 종이 되겠다’는 서원기도를 드린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어머니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30대에 남편을 잃었고 큰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남은 자녀를 홀로 키워야 했다. 오직 주님만 의지해야 했다. ‘아시죠’로 시작해 ‘아멘’으로 끝나는 어머니의 철야기도와 새벽기도, 별세하기까지의 영적 전투를 묘사한 대목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다.
한국교회의 영적 위기를 언급하면서 저자는 그 기원을 1931년 최태용의 선언에서 찾았다. ‘신학은 많고 신앙은 적고, 기도회는 많고 기도는 적고 사람의 지혜로 하는 운동은 많고 하나님 자신의 권능으로 되는 일은 적다.…세상은 한번 뒤집혀야 한다.’(258쪽)
저자는 바른 기도의 회복을 오늘 한국교회의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초기 교인들의 개종기도와 통성기도, 새벽기도와 구국기도를 재조명했다. 한국교회 초대 교인들이 성경을 읽었던 방법인 ‘외우며 실천하기’도 의미심장하다. 초기 신자들은 성경 한 절을 외운 다음 이웃을 찾아가 말씀 그대로 실천했다 한다. 이와 같은 말씀 체득의 경험은 수평적 새 질서를 구축하는 힘이 됐고 한반도를 개혁하는 기초가 됐다.
저자는 ‘역사는 부활’이라 정의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 갱신의 단초는 한국교회 초기 신앙의 현대적 회복에 있을지도 모른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44916&code=23111312&sid1=mcu
댓글을 남겨주세요
Want to join the discussion?Feel free to contrib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