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서평] 그들은 왜 작은 예수로 불리나
부활절을 앞두고 읽을 만한 책 |
부활절을 앞두고 읽어 보면 좋을 책들이 눈에 띈다. 고난을 딛고 삶 속에서 부활 신앙을 꽃피운 어른들의 이야기 ‘사랑하며 춤추라'(신앙과지성사)는 이 시대 참된 신앙의 이정표를 보여준다. 고난을 이웃을 향한 공감으로 승화시킨 ‘명자누나'(두란노)는 기독교인에게 고난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한국교회에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찾아보지 않고 절망하기엔 이르다. 작은 예수로 살다간 선배들의 자취가 선명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며 춤추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들은 경건한 삶을 살았을 뿐 아니라 열매 맺는 신앙을 위해 애썼다. 특정 신학이나 이념의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만 굳게 따라갔다.대천덕(1918∼2002) 신부는 자발적 나눔을 통해 가난한 이웃의 필요를 채우는 ‘코이노니아’를 강조했다. 평생 주제는 영성과 경제의 관계였다. 그는 1965년 강원도 태백에 영성공동체 예수원을 설립해 이를 평생 실험했다.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라는 표어는 영성과 경제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한 대천덕 신부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그는 구약시대 토지제도와 희년사상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헨리 조지의 사상을 적극 전파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담기면서 그의 경제관이 재조명되고 있다.
장기려(1911∼1995) 박사는 가난한 자를 위해 헌신한 의사였다. 51년 부산 복음병원을 개설해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68년에는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발족, 행려병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의료 혜택을 받도록 도왔다. 그는 평생 무소유를 실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봤으며, 의술에 있어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간의 날’(10월 20일)은 59년 국내 최초로 그가 간암 환자의 간엽절제술에 성공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김용기(1912∼1988)는 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다. 학교의 이름에는 일제 강점기 고통 받는 동포들이 가나안을 꿈꿨던 히브리인처럼 고난을 이겨내길 바라는 뜻이 담겼다. 그는 젊은 시절 독립운동의 뜻을 품고 만주로 떠났으나 심양교회 이성락 목사의 가르침에 깨달음을 얻고 농촌의 처참한 현실을 개선하기로 작정한다. 31년 이상촌, 55년 가나안농장을 거쳐 62년 설립된 가나안농군학교가 그 결실이었다. 그는 허공에 부유하는 신앙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해방 직후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삶의 종교를 실천했다. 황광은(1923∼1970) 목사는 난지도의 성자라 불린다. 어린 시절부터 거지들에게 자기 것을 나눠주곤 했던 그는 38년 향린원이라는 고아원을 찾아 고아들과 함께 먹고 자는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난지도에 YMCA삼동소년촌을 만들었다. 6·25전쟁 때도 피난하지 않고 30여명의 고아를 지키다가 1·4후퇴 때 제주도로 피난했다. 그는 52년 난지도에 전쟁고아·불량배 등을 모아 삼동소년촌을 다시 세웠다. 나중에 새문안교회 부목사, 영암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했다. 이외에도 풀무원공동체를 일군 원경선, 평생을 여성운동과 민주화에 투신한 조아라, 한국의 마더 테레사로 불린 나애시덕, 슬프지만 아름다운 동화를 써 내려간 작가 권정생, 고아를 돌보며 맨발의 성자로 불린 이현필 같은 인물의 감동적 이야기가 담겼다. 해당 인물에 대한 전문가나 지인이 직접 서술해 신뢰감을 높였고 깊이 있는 시선을 더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곁들여 읽을 만한 책 고난에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고난을 이웃에 대한 공감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은 사랑을 배운다. 고난 앞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사람은 이웃을 천국으로 인도한다. 저자는 웃는 자와 함께 웃고, 우는 자와 함께 울 때 고난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명자 누나는 기나긴 27년간의 암 투병을 마감하고 지금은 천국에서 안식하고 있다. … 명자 누나는 그 비운 마음에 그리스도의 고난을 새겼고, 이웃의 고난을 향한 공감으로 가득 채웠다. 그 공감은 누나가 죽은 이후에도 누나가 기증한 장기들을 통해 누군가의 눈을 밝히고 있으며, 누군가의 폐와 간이 되어 숨쉬고 있다. 누나는 그 비운 마음에 새긴 그리스도의 고난으로 나같이 못난 동생을 주님의 종으로 양육했다.”(95쪽) 저자는 자신의 셋째 누나인 ‘명자 누나’를 모티브로 고난을 이야기한다. 명자 누나는 암으로 27년간 60여 차례 수술을 받는 고난 중에도 타인에 대한 공감과 봉사로 한평생을 살았다. 누나의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저자는 현재 구약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메시아의 고난과 우리 모두가 직면하는 고난을 연결시킨다. 저자는 책을 통해 메시아의 대속적 고난이 하나님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고난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은 ‘구속적 공감’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메시아 되신 그리스도께서는 가족보다 더 깊은 공감으로 우리의 고난에 참여하시기에 우리는 그분 안에서 어떤 고난도 이길 수 있다. 이지현 선임기자 [출처] – 국민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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