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인터뷰 – 프랑스 그리스도교 수행공동체 떼제 신한열 수사
프랑스 떼제 신한열 수사.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울타리도 국경도 없다. 직급도 교파도 없다. 어떤 기부금과 후원도 받지 않으며 개인 소유도 없다. 대신 함께 땀흘려 일하고 함께 소유한다. 존중과 신뢰로 서로를 끌어안아 세상을 치유하는 공동체.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에 있는 ‘떼제’다. 이상적인 공동체에 가까운 이곳을 향해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많은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떼제는 1940년 스위스 개신교 집안 출신의 로제 수사가 시작한 초교파적 그리스도교 수행 공동체다. 개신교, 가톨릭, 정교회, 성공히 등 구분 없이 세계 30개국에서 온 80여명의 남성 수도자가 함께 산다. 떼제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청년들의 ‘성소’가 되면서다. 매주 세계 각지에서 목마르고 배고픈 젊은이들 수천명이 이곳을 찾아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모색한다. 하루 3차례 공동기도를 제외하고는 종교적인 강권도 얽매임도 없다. 이곳의 수사들은 그렇게 찾아오는 젊은이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기도할 뿐이다. 신한열 수사(55)는 이곳의 유일한 한국인 수사다. 지난 6일 그를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올 4월부터 중국과 대만, 홍콩 등지에 머물며 아시아 젊은이들을 만나 ‘신뢰의 순례’를 이어오던 그는 5일 귀국해 7일 프랑스로 돌아갔다. 그가 떼제에 발을 디딘 것은 1988년이었다. 대학(서강대)을 졸업하고 2년간 직장생활을 한 뒤였다. 고교시절 우연한 기회에 봤던 떼제에 관한 슬라이드 필름 속의 이미지를 마음 속에 담고 있었던 그는 대학에서 한국에 파견된 떼제 수사를 처음 만났다. 영문과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던 안토니 수사(한국명 안선재)였다. 안토니 수사는 고은 시인의 작품을 영어권에 번역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느님이 바라는 삶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어요. 나고 자라온 환경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지내 보고 싶었지요. 그때 안토니 수사가 떼제행을 권했습니다.” 처음엔 3개월간 머물 요량이었지만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종신서약을 했고 어느새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왜 떼제의 수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굳이 말하자면 마음의 평화와 그윽한 기쁨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떼제는 해외에도 수사를 파견하지만 일반적인 선교의 모습처럼 개종을 권하거나 적극적인 포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신 수사는 “그저 그들과 어울려 함께 산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그냥 사는 거예요. 사소한 도움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 속에서 어울려 함께 사는 것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거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세례를 주고 신자를 확보하느냐는 것이 판단기준이 될 순 없습니다. 오늘날의 교회도 규모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갖고 사회로 스며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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