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산 큰 믿음의 사람이 펼치는 봄·여름·가을·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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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주대범의 교회음악 산책 주대범 지음/ 신앙과지성사/ 2023
1. 부모보다 먼저 간 자식들을 불효자라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친구보다 더 먼저 간 사람을 나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나? 내가 출판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40년이 된다. 많은 책을 냈다. 그런데 갑자기 죽어간 주대범 장로의 유고집 『바위 주대범의 교회음악 산책』은 정말 쓰린 마음 추슬러 가면서 만든 책이다. 주 장로는 성격이 활달하기로 소문났다. 불의를 보면 제일 먼저 분개했고, 친구들의 아픈 현실은 누구보다 슬퍼했다. 나의 경우는 잘한다는 게 겨우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라면, 주 장로는 재주가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국어 선생님 출신이라 글도 잘 썼는데,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루터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명성이 높았다. 가끔 전화해서 친구의 기를 살려주던 주 장로가 내게 진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2020년 11월로 기억된다. “야, 최 장로 이번 몰트만 박사의 책은 제목이 너무 좋아” “그래, 기독교인들에게 팁을 준다고 생각하고 붙였지. 당신은 왜 예수를 믿느냐고 물으면 이 책 제목처럼 『나는 영생을 믿는다』라고 얘기하면 되잖아?” “그래서 초판이 보름 만에 다 나갔다고? 좋은 일이다. 그런데, 나는 음악 출판사를 3년 만에 문 닫았는데, 네가 꾸준한 것은 참 신통하다.” 주 장로는 몰트만 박사의 마지막 저서 『나는 영생을 믿는다』란 책이 신앙과지성사에서 나온 것이 반가웠고, 또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내게 용기를 주었다. 그런데 2021년 1월 29일, 이 통화를 하고 두 달이나 지났을까 주 장로가 세상을 떠났고, 영생 이야기가 마지막 통화가 되었으니 어찌 나쁜 친구가 아니겠나. 온 동네 근심 걱정 혼자 도맡아 했던 주대범 장로는 코로나가 지배했던 세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침대 신세를 일주일 밖에 지지 않고 세상을 등졌다. 주 장로는 전화 말미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최 장로, 내 책 『교회음악 산책』은 꼭 너희 신앙과지성사에서 내 줘야 해!”
2. 친구의 마지막 부탁은 그의 죽음 2주기에 실현되었다. 고교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이정배 박사와 그의 처남으로 열심히 낮은 곳에서 목회하는 윤인중 목사와 셋이서 여러차례 만났고, 이 두 사람은 원고정리와 책의 꼴을 만드는데, 열심히 내게 힘이 되어 주었다. 책은 저자 주대범처럼 두툼하고 듬직하게 생겼다. 자그만치 584쪽이다. 자비롭게 웃고 있는 사진을 표지에 썼는데, 친구를 맞이하는 반가운 미소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2023년 1월 29일 그가 섬겼던 후암동의 루터중앙교회에서 이 책 출판기념예배가 있었다. 많은 지인이 찾았고, 추모의 순서도 정갈했다. 나에게 발행인의 인사를 하라고 하여 나는 두서없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친구 주 장로의 원고를 정리하고 출판 준비를 하면서 나는 상상했습니다. 하루는 광나루 건너 밀밭길을 개나리봇짐 하나 지고 거니는 주대범을, 하루는 이필완과 같이 갔던 지리산 자락을 하염없이 걸으면서 개나리봇짐을 만지작거리는 주 장로를 연상했습니다. 그 개나리봇짐을 풀어보니 오늘 책이 된 원고 뭉치였습니다. 이제 그 짐이 책이 되었으니 빈손으로 아주 편하게 훠이훠이 영생의 길을 가는 주 장로의 모습을 연상합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우리는 영생의 길을 먼저 떠난 주대범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목이 메어서 더 말하지 못하고 서둘러 인사말을 마쳤다. 이필완과 주대범과 나 셋이서 담양을 거쳐 지리산 자락에서 1박 한 적이 있다. 그때 여행목적은 우리밀로 빵집을 시작한 감청후배 노재화 목사가 빵집 마무리를 위한 돈이 없어 의자와 탁자를 시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격려할 겸, 바람 쐘 겸 떠난 것인데, (그때 내가 노 목사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주 장로는 자기가 후원한 것보다 더 기뻐하면서 기분 좋아라 했는데, 곧 기회를 만들어 울릉도와 독도를 셋이 같이 여행하자고 약속하며 들뜬 마음으로 귀경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말로 인사말을 마치고 싶었다. “이 책 가지고 꼭 울릉도와 독도를 가서 빨간 줄 쳐놓은 주 장로의 멋진 주장을 큰 소리로 읽어 줄게!”
3. 이 책 뒤표지만 봐도 주대범 장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잘 알 수 있다. “휘황찬란한 교회당에 맘몬과 배타와 상스러운 것들만 가득한 채 버려져 있을 우리의 교회를 걱정하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교회음악 산책길을 떠난다. 20년 이상 한국교회를 장악하고 있는 신사도운동격인 ‘경배와 찬양’, ‘워십’, 감각적인 미국 성가곡만 부르는 경박함, 현세의 축복과 번영을 빌고 있는 구걸가들은 이제 버려야 할 것들이다. 한국교회 안에 복음적이고 성서 정신에 합당한 노래들이 다시 담겨야 한다. 삶 속에서 늘 도전받으며 어려워도 그리스도인의 삶을 구현하려는 찬송이 회복되어야 한다. 품격있고 균형 잡힌 교회음악이 꽃피워져야 한다. 위의 주장을 1부 교회음악 산책으로, 2부를 그의 일기로 구성했다. 그의 일기에는 고뇌하는 한 평신도의 삶의 이야기와 생활신앙의 실천, 그리고 나눔의 기쁨으로 요약된다. 군데군데 좋은 말이 자주 눈에 띈다. 그를 덧없이 떠나보낸 지인들의 추모의 장도 눈시울을 적시게 하지만, 책 편집이 완성될 무렵 날아온 이현주 목사님의 권두시는 죽음을 너머 고통을 넘어 떠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을 더욱 애처롭게 뒤돌아보게 한다.
그 사람(이현주) 처음 보았을 때 그 사람 처음 보았을 때 그 사람 처음 보았을 때 그 사람 – 고 주대범 장로 2주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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